헬스꿀팁

피곤한데 운동까지? 피곤할 때 운동 직후 오히려 피로가 풀리는 이유

성실한 흙수저 2025. 10. 17. 11:10

나는 퇴근 후에 집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벌써 8년째 퇴근 후에 헬스장부터 갔다가 귀가한다. 대부분 직장인은 일하느라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 힘도 없고 시간도 없다. 나도 딱히 시간이 많은 건 아니지만, 다행히 통근 시간이 30분 내외라 가능한 일이다. 
물론 나도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인 채로 헬스장에 들어갈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운동 습관'이 아닌 '운동하러 가는 습관'을 들여놨다. 아무리 피곤해도, 일단 헬스장 문 앞까지는 직행한다. 
 

출처 https://www.apollo247.com/blog/article/exercise-fatigue-diabetes-link

 
어제는 유독 피곤했다. 사람한테 시달린 후에 뇌가 정지했다. 뇌가 "나 좀 쉬게 해 줘."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퇴근길에 버스에서 잠이라도 잤으면 나았으련만, 내가 직접 차를 운전하느라 잘 수도 없었다.
피곤하지만 어쨌든 습관에 따라 헬스장까지 들어갔다. 강력한 운동 동기가 있었던 게 아니고, 그냥 습관이었다.  
늘 그랬듯 사물함에 짐을 두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항상 하던 대로 텀블러에 물을 담았다, 언제나 그랬듯 스트랩과 장갑을 챙겼다. 그리고 매번 하던 운동 스케줄대로 바벨에 원판을 꽂았다. 


어제는 2분할 프로그램 중 상체운동을 하는 날이었다. 
먼저 오버 그립 벤트 오버 바벨 로우를 시작했다. 나는 가슴보단 등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서 가슴 운동보다 등 운동을 먼저 한다. 
운동할 때는 항상 고중량 프리웨이트 운동을 맨 앞에 배치한다. 이런 운동을 운동 말미에 배치하면, 할 힘도 없고 의지도 없어진 상태다. 간단히 몸을 풀고, 3회 웜업 세트, 본 세트 10회 3세트, 마지막 세트는 약간 무겁게 5회 5세트.
피곤했으므로 중량 증가는 없었다. 지난 번에 했던 중량 그대로. 점진적 과부하의 원리가 중요하다지만, 무리하면 다친다. 과도한 중량을 다루며 자세가 무너지는 것보단 낫다. 
지난 운동 때보다 좀 더 무겁게 느껴진다. 확실히 몸이 피곤하긴 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피로가 풀리고, 부정적 생각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힙 힌지 자세는 제대로 되어 있나? 광배근과 중하부 승모근에 자극이 충분한가? 허리 각도가 너무 올라오진 않나? 햄스트링 유연성도 좀 떨어진 거 같다. 
움직임에만 집중하니 낮 동안에 했던 생각이 '잡념'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자연히 그 잡념은 없어진다. 만일 눈감고 기도하고 명상하라고 했으면 부정적 생각만 계속 났겠지. 난 그냥 무거운 걸 들거나 땀 흘리며 뛰는 게 낫다.
그리고 원 암 덤벨 로우, 인클라인 체스트 프레스, 펙 덱 플라이 머신을 순서대로 했다. 본 세트 앞에는 웜업 세트, 본 세트 후에는 드롭세트까지.
상쾌하다. 야근도 가능할 것 같다. 


피로(fatigue)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로 구분할 수 있다. 
신체적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는 운동을 쉬어야 한다. 수면 부족, 신체적 과로, 장시간 결식 상태에서는 잘 먹고 잘 자는 게 운동보다 먼저다. 
하지만 어제 내가 느낀 피로는 정신적 피로였다. 몸은 오히려 편안했다. 하지만 주관적으로 느끼는 피로감은 극심했다.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가 얼얼했다. 얼이 빠졌다. 하루 종일 긴장과 집중 상태였다.

출처 https://charlestongi.com/conditions/view-all-conditions/fatigue-and-gi-issues/

 
정신적 피로 상태에서는 운동이 오히려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이럴 때는 "피곤하니까 오늘 운동 쉰다."가 아니라, "피곤하니까 운동 한 세트라도 해야겠다."라고 말해야 한다. 
운동을 시작하면 혈류량이 증가한다. 운동으로 혈액 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뇌로 산소와 포도당이 더 많이 공급된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고, 졸림과 무기력이 줄어든다. 
인간의 뇌는 움직임에 최적화되어 있다. 중강도 이상의 신체 활동을 할 때 신경계에는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분비된다. 즐거움, 쾌락, 도전, 동기 부여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때 우리는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걸 체감한다.
운동은 우리 뇌의 '일 모드'를 꺼 버린다. 우리는 퇴근할 때 직장에서 '일 생각'을 가지고 퇴근한다.  이 일 생각은 일 외의 다른 것에 집중할 때에야 비로소 끌 수 있다. 만일 잠들기 전까지 이 일 모드를 끄지 않으면 잠을 자면서도 긴장 상태가 지속된다. 
퇴근 직후 격렬한 운동은 단번에 일 모드를 끄고, '운동 모드'로 뇌를 재배열한다. 움직임에 집중하고, 일의 잡념은 잊어버린다.


피곤하다는 느낌 자체만으로는 운동을 피할 핑계가 되지 않는다. 
그 피로가 신체적인 것인지, 정신적인 것인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만일 정신적 피로라면 춤을 추든, 쇳덩어리를 들든, 내달리든지 해보자. 오히려 피로가 풀리는 걸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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